IT서비스 이야기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시대의 거인이 되었을까

기획자 채니 2024. 3. 25. 14:32

출처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23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시대의 거인이 되었을까 - 주간조선

지난 3월 8일 오전(현지시간) 엔비디아(Nvidia) 주식이 974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875달러로 거래를 마쳤는데, 특별한 악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높은 주가

weekly.chosun.com

 

GPU와 CUDA가 이끈 혁명

사실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비교하면 엔비디아의 업력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편이다. 엔비디아는 1993년 대만계 엔지니어 젠슨 황이 커티스 프림, 크리스 말라초프스키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젠슨 황은 비디오게임을 좋아했고 그래서 컴퓨터그래픽 시장이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회사의 초기 목표는 컴퓨터그래픽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회사명도 없었다. 당시 젠슨 황과 공동창업자들은 모든 파일에 ‘NV(Next Version)’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용했는데 회사를 법인화하면서 NV 두 글자를 포함하는 여러 단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부러움(envy)’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invidia’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현재의 회사명이 정해졌다. 이는 경쟁사들이 엔비디아의 기술과 성공을 부러워하게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반영하는 이름이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엔비디아는 첫 제품으로 1995년 그래픽 카드 ‘NV1’을 출시했는데, 시장에서 외면당해  다음 해에 직원 절반을 해고해야 했다. 제품 기획을 다시 해 1997년 두 번째 제품 ‘RIVA 128’을 출시했을 무렵, 엔비디아는 자금이 바닥나 한 달밖에 버틸 수 없는 상태였다. 젠슨 황은 이후 수년 동안 ‘우리 회사는 폐업까지 30일 남았습니다’라는 문구로 내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으며, 이 문구는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비공식적인 기업 모토로 남아 있다.

젠슨 황은 ‘RIVA 128’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해당 제품이 4개월 만에 약 100만개가 판매돼 시장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젠슨 황은 이때의 수익을 차세대 제품 개발에 투자해 1998년 ‘RIVA TNT’를 출시하는데 이 제품이 크게 성공하면서 엔비디아는 1999년 1월 상장하게 된다.

1990년대까지는 컴퓨터그래픽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하드웨어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그래픽 가속기(Graphics Accelerator)’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1999년 말 출시한 ‘GeForce 256’을 세계 최초의 ‘GPU(Graphic Processing Unit·그래픽 처리 장치)’라고 마케팅하면서 GPU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을 경쟁사 제품과 차별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GPU라는 용어는 업계 표준이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술 기업의 창업자들을 보면 흥미로운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뛰어난 엔지니어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마케터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특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이 그런 경우인데 젠슨 황도 마찬가지다.

이후 엔비디아의 GPU는 비디오게임과 전문 그래픽 작업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를 선보이면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 기존의 컴퓨터 연산은 CPU 코어(명령을 실행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를 이용한 순차적 연산이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CPU 코어가 주로 4~16개인 데 반해, GPU의 코어는 수천 개 이상이다.

CUDA는 GPU 코어를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는 그래픽 이외의 과학적 계산과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GPU의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특히 CUDA는 C, C++, 파이썬 등과 같은 인기 있는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해 개발자들이 복잡한 병렬 계산을 보다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인기를 끌게 된다.

CUDA는 그래픽 작업에 머물던 GPU의 활용 범위를 크게 늘려주었다. 엔비디아의 GPU와 CUDA는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 과학 연구에 도움을 주었고, 무엇보다 생성형 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모델의 훈련과 추론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계산력을 제공해 AI 산업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GPU)와 소프트웨어(CUDA)의 결합을 통해 막강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는 단순한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가 아니라 AI 플랫폼 기업이 되었으며, 현재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는 이러한 AI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강력한 시장 경쟁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래에도 시장 지배 가능할까

엔비디아는 게임, 데이터 센터,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현실, 로봇공학, 의료 등 다양한 시장에 자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AI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더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혁신적인 AI 기반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이 계속 이뤄질 것이기에 엔비디아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경쟁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승승장구를 지켜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구글은 AI 전용 하드웨어 ‘TPU(Tensor Processing Unit·텐서 처리 장치)’와 전용 소프트웨어 ‘텐서플로(TensorFlow)’를 개발해 자사 데이터센터에 사용하고 있으며, 인텔과 AMD는 AI 프로세서의 개발 및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탈(脫)엔비디아를 언급하며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무려 9000조원의 투자금을 모으겠다고 밝힌 상태다.

과연 엔비디아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서 앞으로도 자신의 시장 지위를 확고히 지킬 수 있을까. 그것은 엔비디아가 기술 혁신과 시장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며, AI 기술이 열어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는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업의 미래를 알려면 리더를 봐야 한다. 당분간 젠슨 황의 마법이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