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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아시아의 대단한 회사”...치켜세운 인텔, AI 공동연구소 짓는다

기획자 채니 2024. 4. 11. 09:51
네이버·인텔 AI 동맹
“엔비디아 독점 막아라”
AI SW 공동연구소 설립
인텔, 속도 2배 빠른 칩 공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 연합뉴스]인텔이 네이버와 공동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한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도전자인 인텔이 연합 전선을 형성해 이에 대항한다는 방침이다.

9일(현지시각)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인텔 비전 2024’ 행사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혁신은 반도체를 통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인텔의 최신 가우디와 제온·코어 울트라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파트너의 급변하는 요구를 충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이버와 협업을 발표했다. 갤싱어 CEO는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엄청난 AI모델을 구축한 대단한 회사”라고 치켜세웠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인텔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인텔과 네이버간 협업은 인텔이 개발한 AI 가속기 ‘가우디’를 토대로 작동하는 오픈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확대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인텔과 네이버는 이를 위해 공동 재원을 투자해 네이버 사옥에 ‘AI 칩 연구소’를 구축한다. 인텔의 AI 전문 계열인 하바나랩이 참여하고, 네이버에선 반도체 설계 연구진이 참여한다. 연구소장은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담당 이사가 맡는다.

양사가 손을 맞잡은 까닭은 엔비디아의 독점 때문이다. 현재 AI 학습·추론을 위해 필요한 병렬 처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엔비디아 쿠다(CUDA)가 독점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 80% 이상을 장악하면서, AI 가속기 개발 플랫폼까지 자연스레 석권한 것이다. 문제는 GPU 확보다. 4만달러(5400만원)대 GPU인 엔비디아의 H100은 주문부터 도착까지 50주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저가 GPU A100은 단종된 상태다. 네이버로서는 초거대AI인 하이퍼클로바X를 업데이트 하고 싶어도 어려운 대목이다. 또 클라우드 운영 비용도 높아진 상태다. 인텔로서는 시장 진입이 어렵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겸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인텔은 하드웨어에 강하고 네이버는 소프트웨어에 강하다”면서 “인텔이 가우디를 앞세워 AI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확대하는데 네이버가 동참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AI 칩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인텔은 인공지능(AI) 모델 훈련 시간을 크게 단축한 AI 가속기 ‘가우디3(Gaudi3)’를 전격 공개했다.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대표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 대비 훈련 속도가 두배 빠르다. 또 인텔은 메타의 라마2와 오픈AI GPT-3를 활용해 테스트한 결과, 모델 학습 시간에서 가우디3가 엔비디아 H100 대비 2배 더 빨랐다고 강조했다. 라마2 모델만을 상대로 한 테스트에서는 H100 보다 추론 처리량이 50%, 추론시 전력 효율이 40% 더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우디3는 이전 인텔 제품 대비 계산력을 뜻하는 BF16 AI 컴퓨팅이 4배 더 커졌으며, 기억력을 뜻하는 메모리 대역폭은 1.5배 향상됐다고 인텔은 덧붙였다.

가우디3는 올 2분기부터 델 테크놀로지스, HP, 레노버, 슈퍼마이크로를 비롯한 컴퓨터 서버 제조사를 중심으로 공급된다.

아울러 인텔은 AI 칩 소프트웨어 개방 비전을 발표했다. 폐쇄적인 엔비디아의 쿠다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인텔의 AI 칩 소프트웨어 생태계에는 SAP, 레드햇, 허깅페이스, VM웨어 등이 동참한다. 이들과 함께 AI 칩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오픈플랫폼으로 구축하겠다는 각오다.